우울증 (2) - 아빠와 이별

정류장 ·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 중
2022/04/18
고등학생이 되고 내 습관은 커터칼로 손목을 긋는 거였다.
죽으려는 것도 아니었고, 관심받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숨어서 몰래몰래 긋고 꼼꼼하게 밴드를 붙이고 다녔다.
단지 피를 봐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속이 후련했다.
아마 그때 이미 우울증이 시작되었는데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은건 아빠와 언니 뿐이었다.
외가는 아예 연이 끊겼고, 친가는 명절에만 만났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빠가 운영해오신 학원은 엄마가 남기고 가신 빚을 해결하기 위해 문을 닫았고
아빠는 다른 일들을 시도해보셨지만 결국 막노동을 시작하셨다.

무뚝뚝하신 아빠와 평생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딸들을 위해 새벽같이 나가시는 아빠의 모습에 먼저 다가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아빠가 출근 하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눈도 못 뜬 채 아빠 볼에 출근뽀뽀를 했다.

23살쯤엔 아빠랑 사랑한다는 카톡도 하고 저녁마다 반주하시는 아빠의 술친구도 해드렸다.
아빠도 점점 변하셔서 장난도 치시고 웃음도 많아지셨다.
밖에 나가셔서 딸들 자랑을 어찌나 많이 하시는지.. 더 효도해야겠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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