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위하여

새로샘 · 글 읽고 쓰기 즐기는 사람
2022/07/21


1.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호수공원 나무산책>의 서문이다. 2016년 출간된 둘째 오빠의 책이다. 오빠는 외모로 보면 나와 닮은 데라곤 한 구석도 없는데 취향이 혈족임을 증거하는 것인지, 저 첫 문장을 읽고 웃음이 픽 나왔다. 어디 외모뿐이랴? 오빠와 나는 같이 산 세월도 짧다. 겨우 1년이나 될까? 아빠는 자주 시골을 전전해야 하는 경찰공무원이셨다. 미취학 아동인 나와 남동생은 아빠의 직장을 따라 거처를 옮겨 다녔지만 학교를 다녀야 했던 큰 자식들은 마냥 전학을 다닐 수 없었기에 도시에 나와 따로 살았다. 막내 동생까지 취학을 하자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대학 진학을 위해 둘째 오빠는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고, 이후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했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만나도 서먹하기 짝이 없는데, 그럼에도 뭐랄까, 맘속에 포진한, 거부할 수 없는 동질감이 있다.

  <김현승 현대시 해설>이란 책 때문인가 싶다. 이 책은 오빠가 고등학생일 때, 오빠의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나에게 시에 대하여 처음으로 눈을 뜨게 해준 책인데, 오빠가 상경하면서 두고 간 이 책을 내가 뽑아 든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시를 이해하고 싶어서 눈길이 간 책인데, 시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책이다. 지금도 그 책은 나의 서고에 보물처럼 모셔져 있다. 맨 앞 장에는 구입 날짜인지, 완독한 날짜인지 모를 연월일이 오빠의 필체로 적혀져 있다. 나는 이 책을 볼 때마다 오빠에게 시와 책에 대한 일종의 은덕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간혹 오빠를 만날 때마다 어색함을 넘어선 어떤 향수를 느끼는 것은 오빠도 모르고 있을 그 책이 내 손에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호수 공원 나무산책>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걷다가 나무가 눈에 들어왔고 궁금해졌고, 급기야는 탐구하게 되어 나무에 대하여 알아간 이야기. 이 책을 쓸 즈음에 오빠는 현직에서 물러난 백수였다. <우리교육>이라는 출판사의 기자와 편집인을 거쳐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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