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조카에게 배우는 사랑의 자세

김경주
김경주 · 오래 마음에 남을 이야기를 쓰고싶어요
2023/10/17
막내 남동생의 아들인 저의 막내 조카는 올해 열두살입니다.
금슬이 유난히 좋은 동생네 부부가 결혼 한 지 6년만에 갖게된, 아주 귀한 아이에요.
아이가 안 생기면 그냥 둘이 살면 된다던 동생네도, 
자식은 부모 등골만 빼먹으니 없으면 둘이 편하게 살면 된다시던 부모님도
막상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다는 걸 알게되자 다들 얼마나 기뻐 했는지..
(저희 가족 모두 연기에 꽤 재능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죠.ㅎㅎ) 
어떤 녀석이 나올까 학수고대 하며 설레임 속에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 아이.
큰 남동생네 조카 둘을 합해 세명의 조카가 있지만,
유난히 작은 고모인 저와 합이 잘 맞아서 이 녀석과는 남다른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답니다.
  
어릴 때도 나이에 비해 언어 표현이 너무나 유창하고 똑부러져서 신기하고 기특했는데,
자라면서 그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어른인 저는 문득문득 놀라고 당황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구요..ㅎㅎ)
언젠가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무 생각 없이 예전 생각이 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중학교 때 우리 반에도 은근히 애들한테 왕따 당한 아이가 있었는데, 걔는 좀 이상한 애라서 왕따 당할 만하긴 했던 거 같기도 해."
그랬더니 조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저를 똑바로 보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고모! 왕따 당할만한 성격이라는 게 따로 있어?"
그 순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제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 중 하나였어요), 
제 실수를 깨달은 저는 곧바로 조카를 보며 말 했어요.
"고모가 실수했네. 네 말이 맞아. 이 세상에 왕따 당해도 되는 사람도, 그런 성격도 없어. 어떤 말로도 왕따를 합리화 시켜선 안되지. 고모가 잘못 생각했어. 고모가 잘못 한 거 알게 해줘서 고마워!"

동생네 부부에게 아이는 하나 뿐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귀여워만 하거나 이세상 최고라며 오냐 오냐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서 키우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사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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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하고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착하게 살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선의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과 나눔과 오래 읽혀질 좋은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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