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사라져 "파도가 집 앞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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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6
BY 김영주 alookso 에디터
지난해 강원도 강릉시 사천해변 (출처: 연합뉴스)
연안 침식이 심각해지며 바닷가 모래사장이 줄고 있다. 파라솔과 선베드가 놓여 있던 자리엔 가파른 모래 절벽이 생겼다. 지난 9월, 해양수산부가 신정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해안 360곳 가운데 161곳이 우려·심각 상태다. 우심률이 45%라는 뜻이다. 특히 동해안이 심각하다. 부산 89%, 울산 60%, 경북 57%, 강원 51%다. 모래사장은 관광 자원일 뿐 아니라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연안 침식은 주민들의 생존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문제다. 동해안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5월,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앞 (제공: 설악신문)
  •  김유석 (가명, 강원 속초 영랑동 거주
5~6년 전에 모래 유실이 특히 심각했다. 파도가 세게 칠 때면 도로의 차선까지 올라왔다. 옹벽 집에 금이 가거나 철근이 보이기도 했다. 그전에는 모래가 파도의 충격을 흡수해줬는데, 모래가 빠지자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쿵쿵쿵 소리를 내며 울릴 정도였다. 그래도 요즘은 좀 낫다. 바다 앞에 '방파제(TTP)'를 놓고 나서부터는 모래 빠짐 현상이 덜해졌다. 

지난 25일, 강원도 고성군 천진해변 (출처: 제보자)
  •  황강민 (가명, 강원도 고성 천진해변 일대 거주
이사 온 지 5년 됐는데 모래사장이 줄어든 걸 실감한다. 면적도 좁아졌고 높이도 낮아졌다. 원래 (위에서 보는) 사진의 계단 세 칸 정도는 차 있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여기에 나무 데크를 깔 방침이라고 들었다. 가뜩이나 좁은 해수욕장에 데크까지 깔면 백사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해수욕을 즐기러 오겠는가? 

고성군청 해양수산과는 모래 위 데크 설치의 목적은 주민 안전이라고 밝혔다. 모래사장 옆 도로에 인도가 없어 위험하기에 약 230m 거리에 데크를 깔 계획이다. 주민설명회에서 의견을 충분히 받은 후 계획을 수립해서 내년 여름 전에 완공할 예정이다. 

  •  유민서 (가명, 부산 광안리 출신
해운대 해수욕장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모래를 붓는 것을 많이 봤다. 해수욕장 개장 전이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데, 백사장에 엄청나게 큰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모래를 붓고 있었다. 모래가 부족한 건지, 모래사장을 더 넓게 만들려는 건지 몰라서 친구들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본 것은 12~13년 전이다. 이후 갈 때마다 해안선이 가까이 다가와서 무섭다. '지구온난화'나 '해수면 상승'이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실감 난다. 광안리나 해운대를 보면 바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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