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의 도발성과 저항정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10/03
  • 필립 파토 셀레리에


▲ 파리의 주택가 클레(2010)

오랫동안 조롱당하던 그라피티, 태크, 스텐실은 그 명성을 획득했다. 8월 파리 근교 센생드니 주에서는 ‘93번 주의 가장 아름다운 그라피티’라는 가이드투어를 기획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저항정신을 포기한 거리예술가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거리예술가들은 돈에 회유 당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벽에 붙은 포스터가 “나쁘지 않은데”라고 외친다. 1950년대 로베르 두아노가 촬영한 사진 <시청 앞에서의 키스>를 재현했다. 태평하고 행복한 젊음을 상징하는 이미지 위에 두 개의 핏자국이 더해졌을 뿐이다. 2015년 11월 13일 테러 사건 이후 파리 11구에 있는 바타클랑 극장 주위로 그라피티, 스텐실, 콜라주, 세라믹, 사진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벽면, 버스정거장, 안내판 등 어디도 예외가 없었다. 현지 그라피티 아티스트 집단인 그림팀은 파리의 역사적 표어, “Fluctuat nec mergitur(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를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 넣었다. 벽은 우리가 더 이상 듣지 않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전했다. 도심지에서는 흔한 일이다. 제3공화정 시절 경찰청이 불온한 문구나 스케치를 지우려고 쓰던 납작한 페인트 붓은 사라졌으나, 그라피티는 남았다. 아니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소셜네트워크 내 가상의 담벼락까지 점령했다.
그렇지만 그라피티의 정체는 그라피티의 용도만큼이나 인식이 좋지 않다. 그라피티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 소유자와 피소유자라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면서, 파괴적이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 공간의 불법점유를 신성화한다. 하지만 돌 위에 분필로 쓰여진 과거의 낙서는 오래 가지 못했고, 이것은 기득권자들의 영광을 기리는 건물과 기념물에 박힌 균일한 글씨와 대비됐다. 그리고 체념 섞인 묘비명을 연상시키는 비실비실한 글씨는 피지배자의 표식이 됐다. 이는 권력이 시민에게 약속한 도시 연대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문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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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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