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품 속에 여성들은  전부 옷을 벗고 있는가

산성비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다.
2023/05/07
 3년 전 5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었다. 유럽에서의 5주간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감정과 지식을 얻고 느꼈지만, 한 가지의 의문은 어디를 가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왜 작품 속에 여성들은 전부 옷을 벗고 있지?’,  ‘왜 여성의 나체에는 음모가 없는데 남성 나체에는 음모가 있지?’,‘왜 여성은 수줍은 듯 자신의 성기를 가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남성은 당당한 포즈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고 있지?’, ‘왜 남성은 옷을 입고 있는데 왜 여성은 전부 나체이거나 가슴을 내놓고 있는 거야..?’ 등등 수많은 여성의 누드화를 볼 때마다 같은 의문은 점점 확신이 되어서 ‘거의 모든 예술 작품 속 여성의 누드는 교과서에서 배우기라도 한 듯 똑같은 포즈로 성적 대상화해 표현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불순한 시선을 깨달았다. 깨달음과 함께 꼬리를 물 듯 여성의 누드화에 불순한 시선이 묻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 왜 이런 외설적인 그림은 예술이라고 칭송받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누드화는 서양 미술에서 다양한 역할과 모티브로 르네상스 시기부터 모더니즘까지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어왔다. 18세기부터 19세기 전반까지 미술계를 지배했던 ‘고전주의’에서 누드화는 고대 신화, 종교, 문학 등을 주제로 하는 역사화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소재였다. 이 시기에 미술 문화는 귀족의 문화로 후원자는 교회, 왕족, 귀족 등 높은 신분의 남성이었으며 20세기 중반까지는 남성 작가가 주류를 이루었고 여성 작가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여성 누드화에서 다양한 역할과 모티브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여신이 있다. 바로 미의 여신 ‘비너스’이다. 고대 그리스 당시만 해도 조각상의 옷 주름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자기가 기술력의 척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비너스의 조각상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헬레니즘의 시대에 이르러 프락시텔레스가 아프로디테의 옷을 벗긴 뒤 ‘크니 도스의 아프로디테’ 이후 옷을 벗은 아프로디테가 쏟아져 나왔고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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