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그 후,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3/09/07
내가 속한 기관에서 나를 보호하기는커녕 부당하게 겁박하고 위협하는 현실,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 공론화 이후,
2023년 4월에 있었던 세종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를 통해 몸소 겪었습니다.

2023년 4월 5일 오후,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은 세상에서 점점 잊히고 있었고, 몇 개월간 이어진 싸움(주로 2차 가해와의 싸움)으로 인해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데도 3월 병가 기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를 성실하게 받은 결과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상담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깎였던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고’ 있던 시기였다.

다니던 정신의학과에서는 복용하던 약물 양을 조금 줄여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어둡고 춥고 불쾌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던 시절이 이제는 지나가는가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숨을 돌리던 때, 내 인생에 가장 끔찍했던 2차 가해가 벌어졌다.
2차 가해의 주체는 세종시 교육청 감사실이었다.

교사 총궐기 추모집회 자유발언 영상 캡처, 2023.09.02. 출처: 오마이TV


아침 운동을 다녀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걸려 온 전화.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번호가 아니라 010으로 시작하는 평범한 개인 휴대전화 번호였다.
가넷

전화를 받자 모르는 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00 고등학교 000 선생님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저는 세종교육청 감사실 주무관 000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감사실에 협조해 주실 일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네, 무슨 일 때문에 전화 주셨나요?”

이어진 대화에서 ‘감사실 주무관’이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는
“선생님께서 반드시 감사실에 출석해 주셔야 한다”고 했다.
내가 ‘전화로 응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드시 출석’ 해야 한다고 하기에, 의구심이 들었다.

“제가 어떤 신분으로 감사실에 출석해야 하는 거죠?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사건 피해자 신분인가요, 참고인 신분인가요, 아니면 학교 감사를 진행하시는 과정에서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추가로 진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건가요? 저는 교원평가 사건에 대해서는 모든 진술과 서류 제출과 출석을 다 이미 했는데요.“

감사관은 내가 정확히 어떤 신분으로 감사실에 출석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출석하셔야 말씀드릴 수 있다”는 모호한 말로 일관했다. 모호한 동시에, 출석해야만 얘기해주겠다는 이상한 호출이었다. 보통 감사실 출석은 감사 사항이 분명하게 있을 때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학교 관리자 통보를 거쳐) 요청되는데, 주무관이 개인번호로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출석을 요구하며 사유조차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니 정말 이상했다.

당시 내가 동료 선생님들께 남겼던 메시지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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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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