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2/04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서간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제가 첫 소절을  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시"중 하나인 조 병화님의 시입니다.
이 "시"는 처음에는 젊은 이들을 위한 "사랑시" 정도로만
이해되었습니다.

학창시절 하숙집에서 같이 생활하던 당시 한 명 뿐이었던 예비역 선배는
술에 취하면 항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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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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