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불균형 사회(1) : 핑프족의 미래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2/12/27

몇 달 전에 여행 카페에 올려둔 여행기를 읽은 사람이 메세지를 보내왔다. 자신이 여행 중인데 내가 갔었던 가라오케 숙소를 가고 싶다며 위치를 알려달라는 말이었다. 가라오케 숙소는 정확히 말해 숙소가 아니었다. 망한 가라오케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는 것으로, 아마도 노래방 한 칸이었을 공간에 살림살이를 두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였다. 그 날 몽골 고비사막 근처에서 벌어지는 엑스포로 인해 숙소가 없었고, 나는 현지인의 도움을 빌어 그 슬럼과 다름없는 쉐어 하우스의 빈 방에서 며칠 묵었을 뿐이었다. 그의 심경에 이상한 동경심이 든 건지, 그저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친절하고 공손하게 거절해야했고 그는 정보 공유를 거절한 날 고까워 했다.

내게 선의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르는 일 때문이었다. 정말로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당장 잘 곳이 없어 곤란한 처지였다면 응당 도왔겠으나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숙소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의 공간이 아니었거니와 비슷한 처지의 이들이 한데 모여 사는 것 뿐, 그러한 사적 공간에 나를 들여보내준 이상 누군가 거길 마음껏 드나들도록 허용한 것 역시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가 고까워했을 지점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정보의 사유화. 정확히 그랬을 것이다.

일본, 교토 (2022)


정보란 무엇인가

어렸을 적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정보검색경진대회’라는 목적이 불분명한 대회가 열렸었다. 참가만 하더라도 새우버거를 준다는 말에 혹해 신청서를 냈는데 나의 검색 능력이 꽤 좋았는지 우수상을 탔다. 어떤 연유로 정보를 정확하고 빨리 획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아직까지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시대였다. 티비에서 KT의 메가패스(초고속 통신 상품 브랜드)를 한창 광고하며 달리기 하는 사내가 나와 'ADSL'이니 ‘VDSL'이니 영문도 모를 소리를 했다. 그러나 나는 두메산골이나 다름없는 시골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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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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