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책임을 알게 된다는 것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2/11/10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내가 책임질 것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게 책임질 나의 아이나 가족이 없었다면, 나는 모든 것을 덜 견뎌냈을 것이다. 쉽게 포기하거나 관두고 도망친 기억들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임질 것이 있어서, 쉽게 도망치지 않고, 제멋대로 살지도 않으며, 나의 기질과도 싸워 이기곤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마 내게 이렇게 지키고 책임져야 할 게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금방 직장을 관두거나 하기 싫은 일은 피하면서 제멋대로인 자유인 흉내 내며 살고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백번 공감한다고 했다. 그 대신, 이제는 무엇이든 견뎌내며 감내하고 그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을 배운다. 

결혼과 불가역적인 아이의 탄생 이후, 나는 매일을 붙잡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고 지켜야만 하는 입장이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어른이 된 것 같다. 무엇에 대해서도 너무 경솔해서는 안되고,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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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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