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법(2) - 조선인 공동체의 모색과 농민 연대의 이상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9/18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속」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 되었다. 영화 <라쇼몽>의 한 장면.

3. 취조, 심문, 진술 - 카메라의 눈과 법의 말
   
류노스케의 「덤불속」에는 ‘검비위사’의 질문에 대한 “나무꾼”, “탁발승”, “호멘”, “노파”(사무라이 아내의 어머니), “도적 타조마루”, “사무라이의 아내”와 무당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는 “사무라이”가 말한 답변들이 나온다. 이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살인범이 진짜 누구였는가는 불분명하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정황과 그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이 처한 곤궁한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살해된 시신을 목격한 “나무꾼”이 주검이 된 “사무라이”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단검을 빼 훔칠 수밖에 없는 생활의 곤경이 드러난다. 또 당시 교토 지역 치안 사정의 골칫거리였던 도둑 “타조마루”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자백하는 중에 지배권력을 비난하는 말을 늘어놓는 장면에서 당시 지배층의 윤리와 도덕의 타락상을 엿볼 수도 있다.
영화 <라쇼몽>의 도적 '타조마루'가 검비위사의 취조에 진술하고 있다. 법 앞에 세워진 인간의 형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덤불속」에서의 ‘검비위사’와 마찬가지로 「장날」에서의 ‘사법주임’은 작품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다른 등장인물들 바로 앞에 위치한 채 그들로 하여금 목격한 사실과 경험한 사실을 말하게 하는 핵심적인 주체이다. 「장」 역시 폭행 사건과 관련된 “영감”이나 “거지”, “노파”가 누구 앞에서 말하고 있는지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인물들의 긴장된 진술 형식의 말투만 보더라도 ‘사법주임’ 혹은 다른 형태의 법의 압력에 의한 취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채기 충분하다.

여섯 장으로 나뉜 「장날」의 서사는 ‘본 것’...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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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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