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업데이트2 – 왜 낙태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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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낙태 이슈가 미국 대선을 가를 것이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 정치에서는 최근 가장 핫한 주제다. 낙태 이슈는 북부 경합주에서 민주당 지지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미국 선거제도에서는 북부 경합주가 대통령을 결정한다. 해리스 팀이 낙태권을 대선 캠페인의 열쇠로 보는 이유다.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1973년)은 여성들의 낙태 선택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인정했다. 이 판결은 반세기만인 2022년 ‘돕스 대 잭슨 판결’에서 뒤집힌다. 이후 미국의 각 주들은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도 위헌 판정을 받지 않는다. 50개 주 중 13개 주가 즉각 제한법을 만들었다.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자유의 여신상' 복장으로 낙태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자 @연합뉴스
2022년의 판결은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공화당을 곤경에 빠트렸다. 미국 정치에서는 낙태 문제가 언제나 뜨거운 쟁점이었지만, ‘돕스 2022’ 이후로 이 쟁점은 일방적인 민주당의 전장으로 바뀌었다. 

‘돕스 2022’ 직후인 2022년 8월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여성들의 ‘유권자 등록 열풍’이 불었다. 미국 선거제도 특징상 유권자 등록은 다음 선거에서 투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유권자 등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돕스 2022' 이후 폭증했다. @뉴욕타임스
캔자스는 미국에서 보수적인 주에 속한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15% 차이로 이긴 곳이다. 2022년 8월, 낙태권을 제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놓고 주민투표가 있었는데, 여기서 18%포인트 차이로 개정안이 참패했다. 미국인들의 마음에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캔자스에서 처음 분명하게 확인됐다. 

미국은 4년마다 치르는 대선 사이에, 2년마다 하원 전체와 상원의 1/3을 선출한다. 이걸 중간선거라고 부른다. 2022년 11월, 인기가 고만고만했던 바이든 정부의 중간선거가 있었다. 전례로 보나 여론조사로 보나 공화당 대승이 예상되던 선거다. 이 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을 되찾아 왔지만 상원 탈환에 실패하고 중요한 주지사 선거에서 지는 등 내용상 참패했다. 

여론조사와 달리 민주당이 선전한 지역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북부의 경합주였다. 2024년 대선 결과를 결정할 거라고 꼽히는 바로 그 주들이다. 여기에서 ‘여론조사에 역행하는 블루 웨이브(블루는 미국 민주당 상징색이다)’가 일어났다. 뉴욕타임스의 수석 정치 분석가 네이트 콘은 “민주당 유권자의 투표 결집이 강해졌고, 무당파 유권자가 눈에 띄게 민주당으로 기울었다”라고 진단했다. 둘 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전통적으로 중간선거는 집권당 지지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덜 나온다. 

그러나 2022년에는 그런 경향이 역전됐다. 왜? 낙태 이슈가(그리고 트럼프의 선거 부정과 민주주의 공격 문제가) 이들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낙태 제한법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경합주에서 강력한 민주당 결집을 만들어 냈다. 

낙태 이슈는 동성애 이슈가 갔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 낙태처럼 동성애도 한때 ‘공화당 이슈’였다. 레이건 이후 한동안 공화당은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 종교색 강한 남부 주에서 재미를 봤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한 세대 동안 아주 빠르게 변화했다.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여론은 1988년 12%에서 2015년 60%로 바뀌었다. 엄청나게 빠른 변화다. 2010년대 이후 미국 선거에서 동성애 이슈는 ‘민주당 이슈’로 완전히 바뀌고 공화당은 이 쟁점에서 도망 다녔다.

낙태는 달라 보였다. 낙태권 문제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찬반 여론이 팽팽한 채로 거의 40년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이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돕스 2022’가 미국인들의 생각 자체를 낙태권 찬성 쪽으로 기울였는지 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다. ‘돕스 2022’는 낙태권에 찬성하는 미국인들이 매우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었고, 더 열심히 투표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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