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솔직해진 홍상수와 김민희를 만났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06
▲ 우리의 하루 포스터 ⓒ 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영화가 또 다시 출몰했다. 여름이면 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겨울에는 붕어빵장수가 자리를 잡듯이, 홍상수 영화도 관객 앞에 제 모습을 내보이는 것이다. 때가 되었다는 듯 또 한 편 작품을 완성시킨 이 성실한 감독은 언제나처럼 제게 익숙한 배우들을 전면에 세워서는 이제까지와 같고 이제까지와는 달라진 홍상수스러움을 마음껏 뿜어내기에 이르렀다. 신작 <우리의 하루> 이야기다.
 
홍상수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이 될까. 언젠가 영화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이를 주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창동과 김기덕, 봉준호와 최동훈, 수많은 감독들의 이야기가 나온 그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평가가 가장 크게 엇갈렸던 이가 바로 홍상수였다.

누군가는 남녀상열지사를 적나라하게 찍어낼 뿐이 아니냐 했고, 다른 누구는 스스로를 드러내길 꺼리지 않는 자신감이며 용기가 대단하다 했다. 엇갈리는 욕구들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효하다 하는 이가 있었고, 또 누군가는 그저 끝없이 스스로에게 솔직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평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중 무엇이 답에 가까운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감독 홍상수는 마지막 이의 답을 가장 흡족해 할 것이 틀림없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저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듯한 모습이 두드러지는 홍상수다. 이제는 저 자신을 그대로 투영했다 해도 틀리지 않을 시인이 등장하고,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갓 중년이 된 여배우 또한 등장한다. 서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오고가는 가운데,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연결된 듯 때로는 분리된 듯이 서로의 고민을 슬며시 내비친다.
 
▲ 우리의 하루 스틸컷 ⓒ 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와 김민희,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

배우로 활동하다 일을 그만둔 지원(김민희 분)은 가까운 언니(송선미 분) 집에 얹혀 산다. 어느 날 지원 앞에 그녀의 외사촌(박미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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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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