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우리에게 등돌린 또 다른 삶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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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죽음이 세계적인 화두인 지금,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됐나.

  • 웰다잉 흐름이 퇴비장이라는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번지고 있다.
  • 그간 금기시됐던 죽음이란 주제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 죽음에 대해 논하기 위해선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DEFINITION_ 퇴비 장례

  • 퇴비 장례는 세상을 떠나는 길에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인간 퇴비화는 시신을 거름으로 만들어 나무에 심거나 바다에 뿌리는 장례 방식이다. 미국의 첫 퇴비 장례 전문 업체 리컴포즈(Recompose)에 따르면 시신은 짚, 나뭇잎, 유기물 등이 든 특수용기에 들어가 30일간 퇴비화 과정을 거친다. 퇴비화된 유해는 가족들이 가져가거나 비영리 단체에서 신탁관리하는 벨즈 마운틴(Bells Mountain) 숲에 기부할 수 있다.
  •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인간 퇴비화’ 법안이 통과되며, 미국 내 퇴비 장례가 합법인 주는 다섯 개가 됐다. 현재 퇴비 장례는 워싱턴, 콜로라도, 버몬트, 오리건 주에서 가능하며 캘리포니아에선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리컴포즈 설립자는 환경론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퇴비 장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NUMBER_ 80퍼센트

퇴비 장례에 대한 관심은 최근 미국 장례문화 변화와 무관치 않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장례 방식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에 달한 2020년, 미국에선 4천 500구의 시신이 화장됐다. 이는 전년 대비 35퍼센트 증가한 수다. 2000년대만 해도 27퍼센트였던 미국의 화장률은 2020년 50퍼센트를 넘어섰다. 북아메리카 화장 협회와 전국 장의사협회는 2040년에는 80퍼센트가 넘는 미국인이 화장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러한 현상은 죽음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고 설명하며, 친환경 장례 방식에 등장도 일찍이 예고한 바 있다.
REFERENCE_ 우리나라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0년 리서치 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퍼센트가 코로나19 이후 간소화된 장례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코로나 이후 한국장례문화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밝고 긍정적인 죽음 맞이 문화로의 변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장례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EFFECT_ 죽음에 대한 논의

전 세계 6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죽음과 가까이 살고 있는 시대, 어느 때보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장례 방식과 절차에 대해 고민하는 건 웰다잉에 속한다. 웰다잉은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흐름이다. 삶과 죽음이 균형을 이루는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는 ‘밝고 긍정적인 죽음’, ‘아름답게 기억되는 죽음’ 과는 거리가 멀다. 삶보다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ISK_ 명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죽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때문에 관련 개념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웰다잉이 존엄한 죽음으로 해석되며 안락사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말에 따르면, 죽음과 관련한 의학적 용어들 또한 혼재되어 쓰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과 의사조력자살·안락사는 방향성이 다른데, 모두 ‘존엄한 죽음’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 연명의료결정 ;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크게 네 가지다.
  • 의사조력자살 ; 의사가 처방한 주사제를, 환자가 직접 복용 또는 투약하는 것이다.
  • 안락사 ;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가장 고통이 적은 의료행위를 통해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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