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장애인 이야기
2022/10/08
내가 아는 한 분은 장애인이다. 별 것 없다. 그냥 손가락이 하나 없을 뿐이다. 5등급 장애인이다. 놀랍게도, 이 분이 장애인 등급을 받던 시절엔 그냥 적당히 원하는 등급으로 줬다고 하더라. 이 분은 5급이 제일 높은 – 그러니까, 가장 심한 정도의 장애를 의미 – 건 줄 알고 5급을 달라고 했다. 왠지 그러면 혜택이 있을 줄 알았더랬다.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없었다. 5급은 가장 ‘낮은’ 등급이었고, 손가락이 문제라서 하다못해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댈 수도 없다. 그냥, 장애인이다. 왠지 ‘ㅋㅋㅋㅋ’라고 쓰고 싶어지는 결말이다.
그래도 장애가 심하지 않아서인지, 딱히 차별도 없었다. 이 분은 건설 쪽에서 속칭 ‘노가다’를 하는데, 손가락 때문에 일을 못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도 오래 된 장애라서 그런가,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다. 이제 와서 그 사람에게 장애란, 그냥 그런 것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외칠 때, 그것을 듣는 나는 이 분을 떠올린다. 내가 그나마 가깝게 지내는 (극소수의) 사람들 중엔 유일한 장애인이라 그럴 것이다. 사실 장애인만이 문제겠는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차별은 장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성적 취향으로 차별받고 있을 것이고, 또 나 같은 거지는 가진 자본으로 차별 받고 있을 것이다.(아마?) 어찌됐건 우리에겐 참 많은 인식 개선이 필요한 듯하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인식 개선은 무엇인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어떤 것인가? 나에겐 장애인을 ‘좋게 봐주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해 항상 어디에서나 써먹을 수 있는 좋은 답을 안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장애인은 나와, 혹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편한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