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988년에 도입한 국민연금은 서구 사회가 미래를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할 때 운영하던 제도를 모방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연금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연금 급여율을 낮게 운영하였다. 이후 점진적으로 연금 급여율을 높여갔다. 특히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베이비붐 세대로 일컬어지는 높은 출산율 세대의 출현과 전후 경제부흥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1960년대에 들어서는 역사상 제일 높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연금제도를 운영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연금제도는 서구 사회가 황금기에 운영하던 시절의 연금 지급율을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1988년에 국민연금을 처음 도입하다 보니 주요 선진국들의 연금 황금기와는 30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국민연금을 처음 도입하던 시점에,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도 공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