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이철 · 철학자
2024/05/04
 
1946년 10월 25일, 케임브리지 대학 안의 한 강의실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연단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연단에는 한 중년 남자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다소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칼 포퍼. 전 해에 출간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철학자였습니다. 강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도덕 과학Moral Scienc 클럽의 회원들이었습니다. ‘도덕’과 ‘과학’이라는 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닌 이 클럽에는 당대에 유명한 두 명의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한 명은 버트란트 러셀, 또 다른 한 명은 비트겐슈타인. 
칼 포퍼가 연단에 서 있는 이유는 케임브리지 대학 도덕 과학Moral Scienc 클럽의 주간 정례모임에서 ‘철학적 문제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칼 포퍼가 강연 제목을 ‘철학적 문제란 존재하는가’로 한 이유는 ‘철학에는 진정한 문제란 것이 없으며 오로지 언어학적 수수께끼가 있을 뿐’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란 없으면 모두 언어학적 문제라고 주장하였고, 칼 포퍼는 이를 비판하며 철학적 문제는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포퍼는 강연에서 ‘내가 이 세상에 진정한 철학적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당연히 철학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비트겐슈타인과 논쟁을 벌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말을 중단시키고는 이른바 수수께끼, 그리고 철학적 문제의 비존재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는 적절해 보이는 순간에 그의 말을 중단시키고는 내가 이른바 철학적 문제의 예로 준비한 것들, 가령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물질을 아는가? 우리는 귀납에 의해 지식을 획득하는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문제들을 가리켜 철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논리적인 것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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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고대 고전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주역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주역 공부》를 비롯하여 《맞얽힘 : 맞선 둘은 하나다》,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 사건》, 《가슴에는 논어를 머리에는 한비자를 담아라》, 《논어 암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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