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차(2022.6.27~7.1)
2023/03/06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 월~금 모두 비 올 확률이 95~100%다. 이제 완전한 장마철인 것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아이들이다보니 아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심지어 지금은 비가 오기 전이라서 습도가 엄청 높다. 이렇게 불쾌지수가 높을 때는 애들끼리 서로 자극을 한 번씩만이라도 주고 받아도 바로 비상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1교시 전에 아이들에게 오늘 같은 날은 서로 자극이 되는 언행은 삼가하자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이 내 말을 얼마나 들어줄 지는 미지수.
센터에 비가 오면 아이들은 체육관이나 소강당, 로비 등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풋살장이나 야외 시설 인력을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으니 지도자 한 명이 봐야하는 물리적 공간이 많이 줄어된다. 그러나 오늘은 병원에 간 동료 선생님이 두 분. 거의 평소와 같은 형태로 근무가 이루어질 듯 하다. 다시 말해, 평소처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평온한 1, 2교시를 보냈는데 3교시 시작 얼마 후, 윗교실에서의 남자 지도자 2명 지원요청. 급하게 달려가보니 화가 잔뜩 난 초5 남자아이가 지도자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일보직전이다. 나는 뒤에서 아이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두 지도자는 아이의 양 팔을 잡았다. 화가 난 상태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껴 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킨 아이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지도자들에게 제지당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마치 궁지에 몰린 상처 입은 들짐승과 같다. 극도로 예민해진 오감을 더더욱 활성화 시키고 적의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뒤에서 안은 채로 이름을 부르고 등을 쓰다듬으며 심호흡을 유도했다. '숨을 크게 쉬어라, ㅇㅇ아. 다 괜찮아. 숨 크게 쉬어. 들이마시고, 내쉬고, 잘했어.'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유도하니 심호흡을 2~3차례 따라한 아이는 몸에 힘을 빼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아이를 자극했던 환경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