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2023: 8.22] 나는 얼룩소에 이렇게 글을 쓴다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08/23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글을 쓰지 않고는 좀 견디기 힘듭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저기거기 싸지른 글이 꽤 됩니다. 그 글을 통해 어떤 수익을 얻겠다는 심보보다는 들어주는 사람 한 명 있으면 그 한 사람을 위한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토해내는 것이죠. 가상의 청자, 독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데, 가상의 청자를 상정하고 말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 받기 일쑤죠. 반면 가상의 독자는 수많은 작가가 흔히들 하는 소환 수법입니다.

 만나서 대화를 한다는 건 어쨌든 그 인물,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는데, 그 책을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게 보통은 쉽지 않더군요. 그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상대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나와 상대 둘 모두 책을 좋아한다손 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대화가 겉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도 상대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조르바를 공유하기는 쉽지 않죠. 그 매력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를 이야기꾼처럼 잘 풀어낼 자신도 없고요.

 조르바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글로 풀라고 하면 나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 책을 떠올리고 줄거리와 인물을 기억해내며, 떠오르지 않는 인물이나 표현은 인터넷을 찾아 그 구멍을 메꿀 수도 있죠. 만약, 대화 중간에 검색을 한다든지 머뭇거린다든지 하면 흥은 금세 깨집니다. 예를 들면, 검색까지 해가며 얘기를 하려는 고집스러운 면에 상대는 들을 맛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죠. 완성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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