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과의 대화

박산호
박산호 인증된 계정 · 번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2024/01/12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지적이면서 치열하게 앎을 추구하는 전병근님을 만났습니다. 3시간 가까이 앎과 책과 독서와 우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좀 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통찰력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본인 제공
   
   
박-선생님은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출판 평론가나 서평가 같은 직업은 익숙하지만, 지식 큐레이터란 직업은 좀 낯선 느낌이 듭니다. 지식 큐레이터란 것이 어떤 일인지, 왜 선택하셨는지 말해주세요.
   
   
전-지식 큐레이터는 제가 독립해서 일하면서 만든 직명이라 할 수 있는데요, 큐레이터라는 말 앞에 지식을 붙인 겁니다. 사실 저는 지식이라는 한자말보다는 앎이라는 우리말로 설명하는 편을 좋아합니다. 앎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활동이며, 잘 살아가려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려고 한다’ 라고 했지요.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책이나 여행이나 경험을 통해 궁금한 걸 해소하는데요, 제가 지식 큐레이터라고 할 때 염두에 두는 앎은 좀 더 넓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앎이라고 하면 지식의 내용, 즉 “무엇을” 아는가에 방점을 두는데, 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다’는 것, 혹은 ‘알려는 노력’ 같은 활동 자체에 관한 관심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박-앎이 중요하다고 느낀 게 언제였나요?

   
전-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새로 배우고 알게 되면 좋았어요. 책이 주는 즐거움도 그 때문이었죠. 그러다 보니 책을 통해 내게 이런 기쁨과 감동을 주는 분들이 훌륭해 보였고, 막연하게나마 나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3 때 뒤늦게 진로를 문과 쪽으로 바꾼 것도 책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박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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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좀 특별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일, 철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시리즈. 한 권의 책이자 하나의 우주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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