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에 관한 테제를 쓰기 위한 몸풀기

서형우
서형우 · MZ문인
2024/07/21
마르크스 연구자들은 전기 맑스와 후기 맑스가 단절적이라고 보는 자가 있고, 전기 맑스와 후기 맑스가 단절적이지 않다고 보는 자가 있다.

나에게는 한 가지 버릴 수 없는 오만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재미있게 들리는 것이 재미 없게 들리는 것보다 덜 진실된 것이라는 어떤 내면의 가정이다. 재미 없는 말을 하는 작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가식과 허세, 그리고 과장이 섞여있더라는 게 나의 오만한 가정이다. 학부 때 날 가르친 마르크스 연구자는 재미난 강의를 하는 사람이었고, 대학원 때 날 가르친 마르크스 연구자는 재미 없게 강의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재미있는 강의를 한 마르크스 연구자의 학설을 더 신뢰한다. 솔직히 마르크스를 원전까지 강독할 정도의 마르크스에 대한 열의는 없어왔기에, 그저 순전히 나의 재미에 의한 선택이다.

(나의 최종적인 정체성을 문학가로 정한 건 이런 나의 내면의 오만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학 민족지와 소설은 비슷한 전개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인류학 민족지는 인간에게 최소한의 가정만을 하도록 만든다. 반면에, 소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정을 할 때 가장 오만방자하게 가정해야만 한다.)

전기 맑스와 후기 맑스가 단절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단절점을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에서 찾는다. 내가 어떤 글을 써나감에 있어서 단절적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갑자기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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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은 정당한 것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할 정당한 것을 MZ의 감성으로 풀며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있습니다. 개개인들의 사적인 경험들이 사회의 공론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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