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내 이름 아시죠?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19
내 이름 아시죠
한 글자 한 글자 
지어주신 이름 
가시다가 외로울 때
불러주세요

말을 잃어버린 엄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트로트 노래를 많이 틀어놓는다. 엄마 덕분에 옛날 흘러간 노래부터 최신 트로트까지 트로트 100년사를 섭렵하고 있다. <내 이름 아시죠>라는 노래는 최근에 알게 되었다. 처음 듣는 노래라서 무슨 노래인지 모른 채 듣다가 '내 이름 아시죠'라는 후렴구 부분에서 눈물이 터졌다.  

딸 이름은 엄마가 지어주신 거나 다름없다. 엄마가 갓 태어난 딸의 민머리를 만지면서 '어쩜 깎아 놓은 밤처럼 이렇게 예쁘냐'는 말을 자주 해고, 그 말을 듣던 남편이 엄마가 한 말을 그대로 한자에 담아 딸의 이름을 지었다. 딸은 자기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엄마는 지금 자신이 손녀에게 지어준 딸의 이름을 기억 못하고 있다. 

할머니 나 누구야? 
내 이름 뭐야? 
내 이름 뜻이 뭐지? 
내 이름 누가 지어줬지?
내 이름 까먹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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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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