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소굴에 잠입한 기자, 기이한 상황을 목격하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19
주말을 맞아 홍대 앞 어느 공연장에서 밴드공연을 보았다. 데디오레디오(Daddy O Radio)라는 밴드의 공연으로, 목도 마른데 좋아하는 맥주도 잔뜩 마실 겸 하여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아마도 이 밴드의 팬들일 관객들은 음악이 나올 때면 몹시 들끓었다가 연주가 끝나면 사그라들기를 반복하였다. 음악은 낯선 것 같으면서도 친숙했고 사람들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순수하게 보였다.
 
공연을 즐기던 중 귀를 사로잡는 멘트 하나가 흘러나왔다. 공연을 하는 밴드 멤버 중 하나가 영화배우 일도 겸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삼 바라보니 듬직한 체형에다 표정에 따라 다채로운 인상을 낼 수 있을 듯한 얼굴이어서 나는 그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궁금하였다. 밴드활동을 하며 배우로도 연기하는 사람, 톰 웨이츠 같은 가수도 배우로 활동했다지만 직접 눈 앞에서 본 이 중에선 처음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교형이다.
 
밴드의 소개로 나는 그가 출연했다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신체모음.zip>이라는 영화로,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이라 했다. 공연에는 이 영화의 감독도 와 있다고 했는데, 나는 문득 배우가 아닌 음악가로 먼저 접한 이의 연기가 내게 어떤 감흥을 일으킬지가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관객이 아무도 없던 인천의 어느 상영관에 들어가 이 살벌한 영화를 보기에 이른 것이다.
 
▲ 신체모음.zip 포스터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옴니버스로 몰아치는 공포의 향연

<신체모음.zip>은 공포영화다. 하나의 이야기로 얽히는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좋을 옴니버스 공포영화다. 제목의 zip이 압축파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영화는 각각의 단편이 모여 하나를 이루를 작품인 것이다. '신체모음'이라는 것은 각 영화를 묶는 공통된 소재로, 영화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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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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