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을 마주한 날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5/21
7살 9살과 두 시간짜리 강연 듣기가 가능할까?

공무원인 지인이 갑자기 한 장의 사진을 단톡방에 투척했다. 김상욱 교수가 제주에서 무료 강연한대요. 관심있는 분들 신청 고고. 앗 저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아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는지라, 이런 강연이 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저요라고 말하긴 했지만, 내가 혈혈단신도 아니고 애 둘 딸린 엄마인데, 한 시간이 넘는 강연을 과연 볼 수 있을 것인가. 남편에게 나 강연 듣고 올게, 하고 혼자 도망갈 수도 없고 말이지.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다 슬쩍 신청 가능 연령을 봤는데, 어라 8세 이상이다. 초등학생 이상 가능하다고? 첫째가 9살이고, 둘째가 7살, 둘째가 3월생이니 예전 같으면 빠른생으로 입학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한 번 우겨서 가볼까.

저녁을 먹으며 넌지시 말을 꺼내니 남편도 강연이 궁금하단다. 아이들도 슬슬 꼬셔보았다. 강연이 뭔지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거라고 말하니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응 가지 뭐. 그렇게 네 자리를 신청하고, 오늘 드디어 강연을 들으러 설문대 여성문화센터로 향했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강연장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매의 눈으로 가장 어려 보이는 아이들부터 살폈다. 둘째 만큼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들은 제법 눈에 띄었다. 묻어가자.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아이들만 잘 견디면 된다.

아이들이 아직 키가 작다는 점을 고려해, 그리고 좀 더 집중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오른편 앞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마이크 설치도 오른편에 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이쪽에 앉는 게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사전에 이 강연을 잘 들으면 선물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강연이다 보니 그냥 참아라, 들어라, 견뎌라 하기에는 미안했던 것. 아이들은 놀이공원, 게임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늘어놨다. 일단 대충 오케이를 하고, 조용히 잘 있기로 약속을 한 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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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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