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난 날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9/23

아이와 처음으로 목욕탕에 다녀왔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과거의 어떤 시점의 기억이 미사일처럼 날아와서 나를 맞추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가장 선명한 것 중 하나가 있는데 매주 한번씩 목욕탕에 갔던 기억이다. 수요일인지, 금요일인지, 토요일인지 정확한 요일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아버지와 나는 늘 오후 5시쯤에 목욕탕을 갔었다.

   아버지와 들어가서 샤워 후에 예식처럼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온탕에서 때를 불리는 일이었다. 속으로 100초 세고 나와, 속으로 200초 세고 나와, 속으로 300초 세고 나와. 그 시간이 정해지는 규칙은 없었다.

   그저 그 시간이 몹시 싫었다. 어린 나이에 고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겠거늘 하는 감각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온탕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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