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졸업을 항해
출근해서 장비를 켰다. 요즘 왠지 실험이 재미없어 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회사 들어가고 2년까지는 원래 일하는 것도 재밌게 마련이라고, 나이든 누나는 비웃듯 말했다. 생략된 말이 있었다. 곧 너도 나처럼 무기력하고 지루한 어른이 될거야 그러니까 어서 술마시고 놀러다니고 골프를 치거나 야구를 보러가는 취미나 붙여보라구, 하는 말.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건 누나의 이야기지 저는 아니에요. 저는 누나보다 훨씬 폭넓게 읽고, 깊이 공부하고, 다양하게 써요. 저는 여러가지 사는 즐거움을 알아요. 저는 달라요. 당연히 입으로 뱉지는 않았다.
나는 일을 사랑했다. 연구는 날 행복하게 해주었고, 난 자연스레 내 삶이 의미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자 어느 순간에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이 꼬였다. 현실성 없는 계획을 나에게 들이밀면서, 내 일이 그 계획을 실현하는 거라고. 그 계획이 실현되면 자신은 편하게 돈을 번다는 말은 하지 않고. 마치 그게 의미있는 것처럼. 나는 처음으로 내 열정을 누군가가 착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강속에 던져진 불씨보다 더 빠르게, 내 호기심은 파스스 사그라졌다.
날 착취하려던 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