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방공호: 삶과 죽음이 함께 숨쉬는 곳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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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0
By 데이미언 케이브(Damien Cave), 에이미 창 치엔(Amy Chang Chien)
수백 년간 전쟁을 준비해온 섬의 한 도시엔 수백 개의 방공호가 남아있다. 이 중 일부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원으로 개조된 벙커. 대만 지룽. 출처: 뉴욕타임스/Lam Yik Fei
대만 북부 해안의 산악 항구 도시 지룽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시후화 씨의 음식점 뒤편 하얀 벽이 정말 벽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벽에 뚫려있는 몇 개의 환기구는 반대편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다.

"거긴 방공호입니다." 53세의 시 씨가 아침 인파를 기다리며 말했다. "우리는 지룽 출신이라 이런 곳을 잘 알죠."

"그것은 삶을 위한 공간입니다"라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리고 죽음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죠."

지룽이 첫 번째로 공격을 받았던 것은 1642년, 네덜란드로부터였다. 시 씨의 음식점이 있는 거리와 지룽의 많은 거리는 대피를 위해 개조됐다. 부엌은 지하 통로와 연결되어 있다. 골목 끝에 있는 녹슨 대문은 어두운 구멍으로 이어진다. 이 공간은 전쟁의 기억으로 가득 차있고 때론 쓰레기통이나 박쥐가 발견되기도 한다. 제단이나 식당 통로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36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이 도시에는 거의 700개의 방공호가 있다. 관계자들은 지룽이 삼엄하게 요새화된 대만의 다른 어떤 곳보다 더 높은 밀도의 은신처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도시 계획가, 예술가, 역사 애호가들에게 지룽의 방공호는 캔버스가 됐다. 창조적인 도시 재생과 시민의 자위 활동을 위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피난처 중 일부는 문화 공간으로 다시 개조됐다. 그러나 이런 지하 공간은 단순히 멋진 유물이 아니다. 중국이 잃어버린 재산쯤으로 취급하는 자치 섬 대만에서, 방공호는 필수 기반 시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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