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지나 쓰는 여행기7_잃어버린 땅(1)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6/05
인도다. 네팔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음으로 정한 여행지는 인도였다. 이름만으로도 특유의 종교와 음악, 음식, 문화 등이 떠오르는 나라. 요즘은 인도가 각종 범죄의 소굴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십 년 전만 해도 그런 이미지보다는 신비로운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다. 인도 여행을 떠나는 게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다. 인도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인도가 정말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온도차가 극과 극을 달리던 시기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도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궁금했다. 인도는 어떤 나라일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는 인도를 좋아하게 될까, 싫어하게 될까. 나는 어느 쪽의 사람일까.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막 개봉해 사랑을 받던 때이기도 했다.

룸비니였는지 포카라였는지 다시 카트만두였는지 십 년 전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네팔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공으로 날아올랐을 때 구름 위로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었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지상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히말라야 산맥이 구름 위로 장엄하게 얼굴을 내밀 때 나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8848m, 인간이 쌓아올린 가장 높은 건물인 버즈 칼리파의 높이가 828m.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지만, 이제 겨우 자연의 십분의 일쯤을 따라간 것.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정복할 수 없는, 정복해서도 안 되는 대상인 것. 숨막히는 풍경 앞에서 그런 두서없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인도 바라나시 공항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는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딱 하나 분명하게 떠오르는 건 그곳에서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물건을 분실했다는 것. 무거운 백팩을 바닥에 잠시 내려놓고 뒤돌아 다섯 발자국쯤 걸어 이미그레이션 용지를 제출하고, 다시 돌아서 다섯 발자국을 걸어 백팩이 놓인 곳으로 갔다. 백팩 앞 주머니가 열려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1분이 채 안 되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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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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