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4]엄마가 아프니까 우린 책을 읽지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2/14

책과는 거리가 먼(멀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책을 내밀었다. 깜짝 놀랐다. sns 피드에 뜬 광고를 보고 사서 읽으려고 했던 그 책이었다. 내가 생각만 하고 꾸물거린 사이, 동생이 먼저 사서 읽고 나에게 건네준 것이다. 새삼 SNS 알고리즘에 놀랐다. 엄마가 아픈 걸 어찌 알고 우리 남매에게 이 책 광고가 떴을까. 하긴 동생은 매일 의료기기 검색해서 사서 엄마 집에 보내주는 게 일이고, 나는 엄마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의료 정보를 검색하고 뇌출혈 뇌질환 환우카페 들락거리고 한다.

"읽어봐. 엄마 얘기랑 비슷해."

세상에, 동생이 나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행위에 감격하여 눈물이 날 지경인데, 동생은 다른 이유로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있었다. 엄마가 아프면서 이렇다 저렇다 표현을 잘 안 해서 그 속을 몰랐던 동생도 엄마가 어떤 병을 앓고 있고, 나아질 수는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지는 건지 두려워서 안 읽던 책까지 읽으면서 자기만의 처절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병든 엄마를 돌보고 있다. 엄마와 함께 늙어가는 아빠가 주간병인이고, 나와 동생이 주말에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아예 엄마 집에 와서 아빠와 함께 엄마를 돌보고 있다. 동생은 주말에만 온다. 우리가 모여서 하는 일은 엄마를 돌보면서 엄마의 나빠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처럼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매일 생각한다. 

나는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커리어를 포기하고 남편과 딸과 떨어져서 엄마를 간병하는 것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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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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