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책01) 족쇄이거나 열쇠이거나

badacopy
badacopy · 작가, 강사
2024/02/21
필자는 조선 시대를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은 탓이다. 왕의 초상도 겨우 8개밖에 없다(5개라고도 하고, 기록이 명확하지 않다). 그나마 어쩔 수 없이 텍스트 중심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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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종 어진, 출처: 조선미, 한국의 초상화(2009년)

족쇄이거나 열쇠이지만

조선시대의 책과 독서에 대한 역사를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거기에서 우리가 받았던 체제교육 시스템, 그리고 그를 통해 주입된 세계관이 깨지면서 받은 충격과 혼란, 방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왕조는 그 시작부터 신분계급 질서를 확고히 해줄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기 위해 작심하고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책들은 조선을 임금의 나라가 아니라(백성들의 나라는 더더욱 아니고) 결국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그 이야기에는 강력한 족쇄로서의 책과 그 족쇄를 풀어줄 열쇠로서의 금서가 일으키는 갈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금서라고 해도 서양의 금서와 개념이 다르다. 민간 주도의 인쇄가 발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족쇄로서의 주자학 이데올로기가 500년 동안 승승장구했던 이야기이며, 그 일방적인 승리가 마침내 외부의 충격으로 폭발하고 해체되어 버린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어떤 이데올로기든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외부의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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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저작물의 저자 :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2014년, 2022년 개정판), ≪위반하는 글쓰기≫(2020),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18, 2022년 드라마(한석규/김서형 주연), 그 외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7, 박웅현과 공저)가 있고, 이어령과 공저한 ≪유쾌한 창조≫(2010), 문국진과 공저한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2011), 한무영과 공저인 ≪빗물과 당신≫(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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