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feat.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그리고 신영복)

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3/02/26
국민의힘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고 신영복 교수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김기현 후보는 안후보를 향해 "공산주의대부 신영복이 존경받는 지식인이라고 지금도 생각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질문했고, 황교안 후보도 마찬가지로 나라면 간첩 장례식엔 가지 않았을 거라고 공격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그럼 조문가서 '잘 죽었다'라고 하겠느냐, 예의상 그런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었던 신영복 교수는 '처음처럼' 소주의 로고 필체 주인으로도 유명하시죠. 문재인 전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여러 권의 저서로도 많이 알려진 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신영복 교수를 알게 된 건 '처음처럼' 소주가 나오기 훨씬 전, '감옥으로부터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책꽂이에서 책을 모처럼 꺼내 보니 1988년 출판이네요. 하지만 제가 산 책은 1990년대 초반에 재인쇄한 버전입니다. 
신영복 교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이 책을 통해서였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감옥 안에서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을 모은 것입니다.
신영복 교수는 서울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육사 교수사관 중위로 임관되어 복무 중 1968년에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1941년생이니 27세의 나이죠. 1988년 석방이 될 때는 47세가 되어 있었죠. 
책에 나오는 편지는 계수와 형수, 부모님을 대상으로 쓴 것입니다.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이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의 감옥에서 쓴 편지들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우연한 계기로 평화신문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재가 되고 출판까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첫번째 편지는 동생과 갓 결혼한 계수씨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그 편지의 말미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구정 때 보낸 편지와 영치금 잘 받았습니다. 염려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기쁨은 흡사 소년들의 그것처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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