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0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 돌베개 / 1998

덕분에 좋은 책을 다시 펼쳐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힘든 순간마다 도움을 주었던 밑줄로 글을 잇습니다.
각자의 삶을 바탕으로 사색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진 책은 2005년의 34쇄 발행본입니다. 돌아가시기 전의 책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 소개를 포함한 책 어디에서도 부고를 확인할 수 없으니 영원히 살아계실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 쉽거든요. 아마 살아계셨다면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가 벌인 소란을 두고 뭐라 하셨을까요. 아니, 살아계신 신영복 선생님을 두고 가타부타 말을 보탤 용기들이나 있을까요. 

편지글 전문 발췌는 없기 때문에 제목은 생략합니다. 


1969년 1월 - 1970년 9월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Das beste solite das liebste sein.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고립되어 있는 사람에게 생활이 있을 수 없다. 생활이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연관이 완전히 두절된 상태에 있어서의 생활이란 그저 시간의 경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물질의 운동양식이라면 나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바위처럼 풍화 당하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하다.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관조觀照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대안對岸의 구경꾼들간의 관계로 싸늘히 식어버린 계절...... 담장과 울타리, 공장의 사유, 지구의 사유, 불행의 사유, 출세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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