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시작이 반이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9/18
      시작이 반이네
                                   박정혜

내 딸들 키울 때는 글을 몰라도 살았네.
내 옆에는 늘 남편이 있었기에.
딸 셋을 대학 보내고 결혼 시켰네.

어느날 딸네 집에 혼자 있는데
따르릉 ~~
"장모님, 싱크대 안쪽에 붙은 식당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씬데
까막눈인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거짓말 했네.
사위가 무서워서 한글공부 시작했네.
시작이 반이라더니 이제는 더듬더듬 읽을 수 있네.
무서움이 자신감이 되었다.


문해교육을 받고 한글을 깨우치신 어느 어르신이 쓴 시다.  이렇게 한 평생 응어리진 사연들을 시로 풀어낸 걸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쓴 시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문해교육에 관심을 갖고 강사로 활동해 보고 싶어 참여한 사람도 몇몇 있었다.
한글을 배운 후 시나 글을 써보게 유도를 하는데 그렇게 쓴 시로 시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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