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해력,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할 때
2022/10/18
공부하면 신용 한도를 늘려준다는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아이디어다.
- 미국의 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금융이해력을 높이면 신용 한도를 늘려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 공부하면 한도를 늘려준다는 이 발상은 단순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영리한 제안이다.
- 묻지마 투자의 책임은 우리 사회에도 있을지 모른다. 정보 불균형은 양극화를 만들고 양극화는 사회를 바닥부터 흔든다.
MONEY_ 영끌이 끝난 후
최근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 1천 가구였다. 처분 가능한 재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는 집이 전국에 38만 가구 넘게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팬데믹 기간 이른바 ‘영끌’ 투자에 나섰던 2030을 우려한다. 팬데믹에 따른 양적 완화로 전 세계가 상승장의 파도에 올라탔던 지난 2년간 주식 투자 안 하면 바보,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가난해진다는 신화가 우리 사회에 맴돌았다. 이른바 ‘파이어족’ 등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성공한 삶으로 평가받는 풍조도 퍼졌다. 이때 본격적인 투자에 처음으로 뛰어든 청년층은 급격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자 마자 청구서를 받아 들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30대 이하의 비중은 4분의 1이 넘는다.
DEFINITION_ 금융이해력
일각에서는 이들의 ‘묻지마 투자’를 비난한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아무도 무지성 투자를 말리지 않았다. 시장의 호황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었고, 새롭게 등장한 가상 자산 관련해서도 규제나 보호 장치는 헐거웠다. 테라·루나 코인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나서야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도 금융이해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금융이해력은 금융에 관한 기본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Financial Literacy라는 용어로, 이미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떨까? 전반적인 금융이해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청년층의 경우 60대보다 떨어진다.
WHY_ 학교의 역할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학교에서 경제는 가르치지만, 생활경제는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70퍼센트 이상은 ‘신용카드 사용이 빚’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은행 금리, 인플레이션, 환율 등의 개념도 학생들에게는 생소했다. 교사들의 전문성도 아쉽다. 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과 교사들의 절반 이상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경제학 관련 과목은 4과목, 혹은 그보다 적게 이수했다. 이쯤 되면 묻지마 투자의 이유를 물어야 할 대상은 청년층이 아니라 우리 사회다.
CONFLICT_ 부자 아빠
교육 시스템이 가르치지 않는 지식은 사적 영역에서 전수된다. 돈에 관한 지식도 그렇다. 즉, 부모가 가르치면 갖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기요사키가 부자 아빠를 찾아 나선 이유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부자 아빠를 찾아 나설 수는 없다. 결국 부모의 지식과 의지에 따라 자녀가 부를 획득할 확률이 달라진다. 부의 세습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고리가 공교육의 구멍에 있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세계,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워크, 지구에 대한 이슈를 전합니다.
북저널리즘의 글은 대부분 좋았지만 이번 글은 특별히 더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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