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2022/10/18
 존경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윤리학과 미학을 가르치던 분이셨고, 내가 대학에 입학한 당시를 기준으로, 당신이 계신 분야에서 벌써 꽤 오랜시간 연구를 해온 분이셨다. 나는 재수 후 지방사립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수능성적이 꽤 낮아서 다른 지방사립대들에서는 이미 탈락을 겪은 후였다. 당연하고 나른하게 삼수를 생각했지만,  부모님께선 일단 들어가고 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를 들은 건 꽤 잘한일이었다. 들어가서 좋은 교수님들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잠깐 잠시 뒤 미래의 일을 말하자. 나는 입학 후 2년이 지나 편입을 하여 다른 지방사립대로 편입했다. 남고 생활 이 후 처음으로 연애 문제로 오랜만에 설레었던 순간들, 혹은 씁쓸함들, 새로 생긴 친구들, 여전히 뒤에 남아있던 관계들, 자존심,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 등으로 '청춘'이라 할만한 시간을 잔잔하게 지나왔다. 한편으로는 컴플렉스가 심해서 표면적으로 좋았던 성적과는 별개로 정말 중요한 걸 못 얻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아쉽긴 해도 사라지길 바라는 시간은 분명 아니었다. '돌아가면 ~을 하겠다'는 아쉬움에서 사고실험을 할 정도까지도 된다. 아주 좋은 시간이었고, 어쩌면 마지막으로 좋았을 시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2년이라는 시간이 즐거우면서도 의미있고 아련하게 남는 건, 최소한 그 마음의 아주 큰 부분은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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