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시가 되는 그곳에

새로샘 · 글 읽고 쓰기 즐기는 사람
2022/08/29


엄마 무릎.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 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 앞에 보입니다
그러고는
뜯어 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 놓고
다시 귀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 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 듭니다

    글씨를 읽지만 그림을 보는 듯하다. 엄마와 아이가 있다. 엄마 무릎에 누운 채로 귓속을 내 준 아이는 세상 편안하고 평화롭다. 아마도 집 마루 앞에 펴놓은 평상일 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아이가 귀이지 청소를 하고 있는 자리 말이다. 봄빛이 내리고 있는 중일 게다. 춘곤증이라 하니, 안 그래도 졸음 몰고 오는 봄 햇빛 아래, 갈그락 갈그락 거리는 리듬감은 잠을 재촉한다.

    누구라도 경험했을 법한 일이기에 이 시의 심상을 그려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잘 데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그러나 시인이 시라는 프레임에 끼우니 특별해진다. 별 것처럼 새록하다. 흐른 것을 붙잡아 두고 신선하게 만드는 재주가 시인에게 있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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