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된 나의 하루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2/19
  노인이 된 나의 하루를 종종 떠올린다. 일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온갖 의무와 소리에 시달릴 때면 고요하디 고요할 것만 같은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돋보기 안경을 추켜쓰는 허리가 좀 굽은 할머니가 된 나.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먼저 집의 위치를 떠올린다. 지금 살고 있는 섬을 떠나 대도시로 갔을 것 같다. 젊고 기운 넘칠 땐 시골에 살고 늙으면 도시로 가야 한다. 병원이 가까운 곳, 마트가 인접한 곳,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 살아야지.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길 것이니, 차를 운전하고 바삐 다녀야 하는 곳이 없을 테니.

  집은 작은 단독주택을 떠올린다. 손바닥만한 마당이 있어 한 켠에 예쁜 꽃 두어 개를 심고, 따뜻한 볕이 드는 날 앉아서 꾸벅꾸벅 졸만한 의자 하나를 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집 마당을 드나드는 길냥이가 두세 마리 있어 매일 사료를 부어주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 좋겠다. 나는 마당 의자에 앉아 가만가만 냥이들을 바라보고, 그들도 내 곁에서 가만가만 졸다 가는 그런 풍경. 계절마다 다른 온도의 공기가 차오르고, 다른 색감의 햇빛이 드나들 수 있다면,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는 걸 자연스레 알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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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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