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에 눈이 내린 날
2024/01/09
어제 밤부터 폭설이 예고됐다.
나이가 들면 눈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운 것을 걱정한다던데, 나는 눈이 오면 어디가 경치가 좋을지 속으로 헤아린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생각보다 적은 눈에 실망했지만, 곧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10시가 넘으니 부슬부슬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잔한 일들을 정리하고 정오경에 집을 나섰다.
이미 어제 밤부터 눈이 많이 오면 어디에 갈지는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경춘선 숲길’이다. 지난 가을, 경춘선 철길에서 철도공원까지 5킬로 정도를 걸은 적이 있었다. 경춘선 철길 부근의 키 큰 나무들을 보며, “눈 오면 멋지겠다”란 생각은 품고 있었다. 오늘은 집에서 빨리 이동이 가능한 화랑대역으로 가서 역방향으로 눈길을 걸을 생각이었다.
경춘선은 1920년대 민간자본이 만든 철로다. 화랑대역 부근 철도공원에는 80-90년대 ‘엠티’다니던 코스들이 소개되어 있다. 나도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강촌, 대성리 등으로 삼삼오오 엠티 가던 기억이 새롭다. 아마 90년대 후반이 이 부근으로 엠티를 갔던 마지막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뒤엔 남춘천에 살던 시절 혹은 한림대 강의 가던 때 무궁화호를 타고 남춘천에 내렸다. 지금과 비교가 불가능했던 소박한 남춘천역 사진들이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