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ㅣ 그 일은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아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26
여성학자이자 소설가인 로잘린드 마일스는 자신의 저서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 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1.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만일 남자 요리사가 차렸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잔뜩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 이런 물음들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괴롭혔 " 기에, "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이에 정희진도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 " ......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이다2. " 같은 만찬을 두고 두 여성은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 결 > 은 사뭇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여성이기에 가능했던 시선이다.
반면, 남성인 스펜서 존슨은 <<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3 >> 에서 위의 두 여성과는 관심사가 전혀 다르다. " 쥐새끼 같은 놈, 누가 내 맛있는 치즈를 훔쳐먹었지(옮겼지)? " 만찬을 누가 먹었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이처럼 만찬을 앞에 두고 접근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다. 흥미로운 " 차이 " 다. 스펜서 존슨은 지배 계급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로잘린드 마일스와 정희진은 피지배계급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여성 가운데 보다 마이너 비주류 질문을 던진 쪽은 정희진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 부엌일 가운데 제일 하기 싫은 것이 " 뒤처리(설거지) " 다. 음식을 하는 일은 배가 고플 때의 프로세스이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배가 부를 때의 프로세스'이니 말이다(설겆이와 잔반 처리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설겆이 프로세스에 속한다).
오랜 시간 동안 1인 독거 생활을 해온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 구더기 무서워서 담 못 담근다고,  설거지 귀찮아서 음식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한여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최악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생선 몇 마리 사서 요리하려다가 생선 내장을 손질한다는 것이 고역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하기도 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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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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