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인간> :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의 외침 by 구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5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매번 절망한다. 2020년에는 ‘박쥐’로부터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 패닉 상태를 겪었다. 코로나로 시름하던 당해 여름, 한국은 54일간 장마가 이어졌다. 바다 건너 사정도 참담하기 그지없다. 2019년 9월 2일, 호주 남동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건물 5,700여 채가 전소되었고, 5억 마리 이상의 야생 동물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인간의 무차별 생태계 파괴로 인한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매해 3,500km 면적에 달하는 땅이 사막화되고 있으며, 이는 서울의 6배 규모라고 한다. 어디 중국만의 문제겠는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금 이대로 기후위기를 방치했을 시, 2100년에 부산 해운대의 해수면이 최대82cm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부산 강서구 일대가 물에 잠기고 해운대가 사라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일상화된다. 혹자는 70년 후에나 걱정할 일 쯤으로 치부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매해 피부로 느끼는 폭염과 한파는 이미 멸망이 인간의 삶으로 성큼 걸어 들어와 있음을 증명해 준다.

생산이 풍요와 문명 발전에 기여한 것은 옛일이다. 작금의 인류는 지구의 티핑포인트를 최대 1.5도로 유지하기 위해 ‘탈성장’과 ‘자연보호’를 주요 정치 의제로 삼아야 하며, 개개의 삶 역시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반도체, 철강, 건설업 등 탄소 기반 경제 구조에 천착해 있으며, 나를 비롯한 인간들은 배달 음식, 총알 배송처럼 간편하고 빠른 시스템에 익숙해져 버렸다. 과연 이토록 빠르고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고 실천할 수 있을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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