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이래빛 · 어떤 작가
2023/07/16
어제 맥주 석잔을 마셨는데 빨간 소주 반병 마신 것처럼 취했다.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나만 아는 정도.  평소 나는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한다. 몸에 들어왔을 때 더 편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몸이 맥주 분해를 못하는 듯. 술을 마시고 집에 와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소주 한병까지 그렇다. 얼굴이 빨개지거나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과하게 마시고 들어가야 '술 마셨나봐?'라고 물어본다. 스무 번 중 한 번 들키는 셈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씩 웃음이 났다.
이것이야 말로 '위대한 유산'이란 생각이 드는 거시다.
맥주 한모금 하고 술집 술 혼자 마신 것처럼 얼굴 빨개지는 사람이 젤 가엽다. 
빨간 소주 반병을 가뿐히 마실 수 있는 몸을 지닌 것. 여흥을 아는 몸. 그거슨 얼마나 축복인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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