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by 우에마 요코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04

일본, 오키나와, 여성. 이 세 가지 조합은 음향 조절에 실패한 스피커처럼 지지직거리는 마찰음을 낸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칭하지만 내게는 ‘성’과 연관된 수식어만 잔뜩 각인되어 있다. ‘성진국’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성적으로 문란한 나라, 전 세계적으로 ‘미투 위드 유’ 운동이 거대한 해일을 일으킬 때 유일하게 잠잠하던 나라, 대규모 공창제도를 확립하여 여성 착취로 부를 착복한 나라, 포르노가 합법화인 나라 등. 줄곧 부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던 탓에, 일본에 사는 여성들 개개의 서사를 들여다볼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여기에 ‘오키나와’라는 명사가 더해지면 불협화음은 더욱 거세진다. 본래 오키나와는 수백년 동안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운 해상 국가 ‘류큐 왕국(유구국)‘이었다. 지리적으로는 일본 보다 대만에 가까우며, 정치적으로는 중국, 조선과 끈끈한 외교 관계를 맺었다. 평화는 짧고 시련은 길었다. 따뜻한 날씨, 감청색 바다와 산호초에 둘러싸여 번영기를 누렸던 류큐 왕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근세에 들어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국제 정세가 심상찮게 흘러가는 것을 감지한 일본은 제국주의를 이식하여 태평양 진출을 꾀했고, 류큐 왕국을 압박했다. 무력과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류큐 왕국은 일본의 침략에 난도질당했고, 메이지 유신 이후 강제로 일본에 편입되면서 찬란한 역사는 막을 내렸다. 

멸망한 왕국의 고난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미국과 일본 두 제국에 의해 영토가 초토화됐다.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 미국령이었던 오키나와를 1972년에 일본령으로 공식 반환받았지만, 여전히 속국으로 대하며 차별을 일삼았다. 다시 말해 오키나와는 일본의 내부 식민지였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공공연히 오키나와를 별도의 지역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일본인들 역시 ’동양의 하와이‘처럼 힐링 휴양지로 생각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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