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의 거품

사과집
사과집 ·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2023/07/30
1. 회사에 지금은 그만둔 환경 미화원 한 분이 있었다. 여성이 많은 우리 팀 팀원들과 특히 친했다.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수다꽃이 피었다. 텀블러를 씻는 프리랜서 AD들과도, 배가 산만해진 선배와도. 출산을 앞두고 선배가 미처 여사님에게 말 못 하고 육아휴직을 하자, 여사님이 아쉽다며 우리한테 대신 애기옷 선물을 전해줄 정도였다.
2. 어떤 봄날엔 꽃이 너무 이쁘다며, 화장실 한편에 삼다수 병을 화병 삼아 철쭉 꽃을 꽂아두기도 했다. 나는 그걸 보고 회사 앞 꽃집에서 아주 예쁜 색의 분홍색 장미를 사서 철쭉 옆에 꽂아두었다. 여사님은 장미를 정말 좋아했다. 그 장미는 화장실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여사님은 작년쯤 일을 그만두었다.
3. 한두 달 전에 여사님이 우리 팀에 온 적이 있다. 그날은 회사 1층 홀에서 스포츠웨어 대형 할인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여사님은 옷 좀 사는 김에 들렀다며, 박카스 한 박스를 주셨다. 당시는 아직 육아휴직을 한 선배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고, 텀블러를 씻은 프리랜서들도 계약 만료로 퇴사한 때였다. 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져있었다.
4. 그때 나는 온에어될 콘텐츠를 한창 제작하던 때였는데, 여사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지만, 정신이 없어 차라도 마시자는 말을 못 했다. "지금쯤 00 씨 휴직 끝났을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닌가 보네요~" 여사님은 날을 잘못 잡았다며 약간은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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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와 에세이스트의 경계에서 정치, 여성, 청년 문제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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