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보다가 극장서 통화까지?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7/09
극장 안에서 휴대폰 불빛이 수시로 어른거렸다. 곁에 앉은 이들은 서로 대화를 멈추지 않았고 뒤에 앉은 누구는 아예 지인과 전화통화까지 했다. 깔깔깔 웃으며 이 장면 좀 보라고, 저 배우 표정이 어떻다고 대화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누구는 슬픈 장면이 끝나고 한참이 되었는데도 소리 내어 울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풍경이 내게 꽤나 괜찮은 기억으로 남았던 건 흥미로운 일이다.

통속적인 작품에 흔히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쉽게 웃기고 쉽게 울리려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지는 않느냐는 비판이다. 이런 영화들엔 최루성 멜로니, 감상적 신파니, 애국심에 호소하는 국뽕영화란 평가가 따라오고는 한다. 우연에 기댄 억지스런 전개나 눈물을 쥐어짜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보게 될 때면 이러한 비판에도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디 워> <7번방의 선물> <국가대표> <국제시장> <명량> 등 크게 흥행한 영화 가운데도 이 같은 비판을 마주했던 작품이 적지 않았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키는데 집중하는 영화는 그 특성상 기계적으로 연출될 때가 많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오열하는 인물을 잡아내고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거나 국기가 펄럭이는 장면을 누구나 몇 번쯤을 보았을 테다. 그 단순하고 전형적인 연출은 그러나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여 적잖은 관객을 감동하게 하고 울리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2년의 공백 뒤 찾아온 <인생은 아름다워>

2020년 촬영했으나 무려 2년의 기간을 갖고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도 감정에 호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영화와 관련한 평론이며 리뷰들을 읽다보면 영화의 구성이며 흐름에 비판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란 걸 알 수 있다. 이유는 대동소이한데, 시한부와 이별이란 소재부터 가정주부에게 주어진 짐을 표현하는 방식, 남편과 아내의 관계, 엄마와 자식들의 관계 등의 묘사가 지나치게 전형적이란 점이다. 하나하나 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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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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