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 <쇼코의 미소> 깊이 읽기(4)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18
최은영, <쇼코의 미소>
5. 
   
이 소설은 변화하는 한국 가족의 과도기적 형태를 조명하고, 그 가족 내에 있는 아픔을 밝혀냈다는 의의가 있다. 소유의 가족과 같은 유사 가부장제의 양상은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나기 쉬운 가족구조다.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고정된 상태에서 남성은 경제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여성은 아이 양육과 가정 노동을 담당하는 전형적인 핵가족의 형태는 붕괴될 수 있는 여러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한쪽이 죽는 경우, 맞벌이 부부라서 둘다 양육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없는 경우 등등 다양한 이유에서 자녀 양육을 누가 해야 하는가는 커다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교육률 증가, 취업률 증가로 인해 여성의 경제적인 참여가 증가한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이를 돌보기 위한 정책적 기반이 다져진 것은 정말 최근에 일이고, 그마저도 현재 진행형으로 개선해야 할 지점들이 많은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1980-90년대에는 관련 복지정책이 전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선 조부모에게 양육 관련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의 이전 세대들은 대체로 은퇴를 하고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그럴 여력이 없다면 연금으로, 혹은 자식들에게 의지하여 살기 때문에 실업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조부모 세대는 다시금 양육 노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젊은 세대들이 이 소설을 읽고 위로와 감동을 받은 이유는 조부모를 양육자로서 경험했던 이들이 실제로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마주한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는 어렸을 적에는 양육자로서 기능했을지 몰라도 그 아이가 자라나 성인이 됐을 시기에는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허약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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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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