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배운 수영] 06 다시 출발점

김윤정
김윤정 · 프리랜서 북에디터
2024/04/17
어떻게 보면 수영을 시작한 것도 도망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몇 달씩 하루 종일 걸으면서 치유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나, 그렇게 되진 않았다. 마음은 그 상태 그대로 내 몸속에 겹겹이 쌓여 무언가로 덮인 채 묻어둔 상태였다. 하루에 15킬로미터 이상을 6개월 이상 걸으면서 상처받은 마음과 나쁜 독소들을 빼냈다고 생각했는데, 몸 한구석에 밀어 넣어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고 지내던 거였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탈이 나는 법. 코어가 문제였던 허리는, 오래 걸어도 나아지지 않았던 허리 디스크는, 수영을 하고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 조금씩 괜찮아졌다. 옷을 갈아입을 때 바지에 한쪽 다리조차 집어넣을 수 없는 상태였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땐 바닥에 앉아서 겨우겨우 바지를 입고 낑낑대며 양말을 신었던 적도 있었다(허리가 아파서 숙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을 때). 얼마나 비참했던지.

수영을 배운 지 5년 차에도 여전히 물속에서 물구나무서기는 하지 못한다. 아쿠아로빅을 배워야 물구나무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배우지 못했어도 자유 수영할 때나 쉬는 시간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대부분 나이가 많고 수영을 오래 하신 분들이었다. 나도 따라 몇 번 시도해보았는데, 이것은 내가 한다고 되는 동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존경심과 함께 그 내공이 부럽기만 하다. 내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과연 물구나무서기는 배우면 할 수 있는 것일까? 

코로나 때문에 수영을 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한 것은 달리기였다. 집에서 유튜브를 틀어놓고 아무리 홈트레이닝 운동을 따라해봐도 수영을 쉬면서 찐 살이 절대 빠지지 않았다. 스마트워치 덕분에 일일 움직이기 목표와 운동 목표, 일어서기 목표, 세 개의 링을 다 채워 완성해도 찐 살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달리기 앱인 나이키 런 클럽(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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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책을 만들고 더 오래 책을 읽었다. 좋아하는 일(책 만들기, 수영, 달리기, 커피 마시기 등)을 잠시 멈췄다. 읽고 보고 듣고 걷고 기록하기는 틈틈이 계속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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