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38년, 혹은 39년 만에, 나는 자꾸만 몰랐던 나를 만난다.

물살
물살 ·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에서 살아갑니다.
2023/12/17
2022년 제주에 와 지금은 2023년 막바지. 
이건 2023년 초, 지난 1월의 일기다. 

11월 중순부터 나는 선과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늘 해보고 싶었던 단순노동이었고, 제주에 왔으면 귤 알바쯤은 해봐야 한다는 로망 같은 게 있었나보다. 그리고 또, 이곳에서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쯤 늘리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 언제나 해보고 싶었던 단순노동이었기에 전날은 너무 설렜고, 첫날은 어리버리했지만 재밌었고, 다음날은 손가락 끝부터 발바닥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고, 10일쯤 지났을까, 나는 크게 아팠다. 4일 동안 고열에 시달렸고, 편도염, 공막염, 부인과 온갖 염증들이 한번에 내 몸을 찾아왔다. 

그러고 나니 괜찮아졌다. 일도 어느 정도 할 만했고, 몸이 힘들긴 했지만 버틸만 했다. 어디서나 배울 것은 있다고, 이곳에서 이모들의 삶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도 나에게 득이라 생각했고, 이모들에게 예쁨을 받으며 ‘이렇게만 하면 나중에 해녀 삼춘들에게도 예쁨 받을 수 있겠구나’ 자신감도 붙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설 명절 동안 며칠을 쉬고 다시 출근한 날부터 내 마음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아빠가 ‘기껏 대학 보내놨더니...’라고 했을 때는 단순노동이 체질이라고, 몸으로 일하는 게 맞다고 큰소리쳤던 내가,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지 대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 하던 일을 생각하면 알바만 해도 1시간에 5만원은 되는데, 일만 있다면 하루에 수십만 원도 버는 일이 내 일이었는데, 서울에서 계속 일을 했다면 뭘 해도 월 400은 벌고 있었을 텐데, 현타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며칠 사이 생각보다 멀리까지 뻗어나갔다. 

그럼 다이빙은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