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2 - 야시장에서 태로각 협곡까지
2024/02/05
타이빼이에는 야시장이 많다. 이리 저리 이름있는 야시장도 있지만 자오궁 근처의 랴오허제 야시장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실제 타이뻬이 시민들이 즐겨 이용하고 후덥지근한 대만의 밤의 더위를 식혀 주는 공간인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한다. 1898년 이미 시장이 섰다고 하니 역사와 전통도 유구한 셈이다. 랴오허제 야시장은 일직선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서 일직선으로 나오는 게 주된 경로였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수많은 노점들과 가게들에서 기기묘묘한 냄새를 내뿜고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해 보려는 여행자의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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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이 아니었다면 야시장에서 좀 한적한 가게 골라 우육탕면 한 그릇에 고량주 한 병 후딱 비웠겠으나 저녁을 정해진 식당에서 배불리 먹고 온 터라 그저 눈과 코로 야시장의 먹거리들을 훑을 수 밖에 없었다. 메뉴는 글로벌했다. 중국식으로 삼겹살을 기름에 튀겨 파는, 보기만 해도 느끼해지는 돼지고기 통튀김이 있는가 하면 독일식 슈바인스학세 요리도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태국식 게 튀김이 있는가 하면 한국식 양념 치킨도 성업 중이었다. 손바닥만한 닭튀김 지파이[鷄排], 커다란 오징어를 통째로 튀겨 꽃 모양으로 장식한 잘라주는 대왕 오징어튀김 화지샤오[花枝烧]도 있었다. 도대체 뭘 먹어야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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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가이드의 조언이 필요하다. 야시장에 퍼질러 앉아 대놓고 먹을 시간은 없고, 간식 인 듯 간식 아닌 간식같은 별미가 뭐냐고. 가이드는 세 가지를 들었다. “과일이면 ‘시아지아’, 한국말로 하면 ‘석가’를 드셔 보세요. 석가모니의 석가인데 과일 모양이 불상 머리 모양이라서 그래요. 그리고 식사는 하셨으니 랴오허제 야시장의 명물인 후자오빙(胡椒餅)을 드셔 보세요. 돼지고기하고 부추를 재료로 만든 만두 같은 거예요. 그리고 대만 현지맛 경험하시려면 다른 것도 좋지만 취두부에 도전해 보세요. 찐 거나 국물 있는 건 아무리 비위 좋으셔도 힘들 테니 튀긴 걸로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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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가운데 두 개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