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월대 vs. 전차궤도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납시다

김영준
김영준 · 도시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2023/04/27
경복궁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옛 서울전차의 궤도 (출처 : 문화재청)
경복궁 월대 복원 공사 과정에서 재발견된 서울전차의 옛 궤도가 제법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968년 11월의 폐지 이후, 서울전차가 이렇게까지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건 아마 반 세기 만에 처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전차 궤도의 보존을 두고서 조금은 이상한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 같아서, 짤막하게나마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금번에 발견된 전차 궤도는 애초에 그 자리에 남아있으면 안 되었던 것이었다.
1966년 4월, 갓 부임한 공병장교 출신 김현옥 서울시장(1926-1997)은 남대문-광화문 간 ‘서울시내 전차궤도 철거계획’을 발표했습니다(조선일보 및 경향신문, 1966.5.11-12. 보도).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서울 도심의 도로가 혼잡하니, 자동차의 방해가 될 뿐인 노면전차를 없애겠다는 취지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은 모터리제이션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노면전차가 사라져가던 시기였으니, 그 시절의 감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죠.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상식적으로 침목과 레일을 다 뜯어내고 완전한 자동차용 도로로 복구를 했어야 할 것을, 그냥 선로 위에 아스팔트만 덮어버리고 끝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해년도 국정감사에서 크게 지적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남대문-광화문 간의 날림 포장으로 인해 사장된 침목과 레일은 350톤에 이른다고 합니다(경향신문, 1966.11.9.). 이번에 광화문 앞에서 재발견된 전차 궤도는 바로 이 과정에서 우연히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김현옥의 서울시정이 조금 더 상식적이었더라면 레일과 침목을 다 걷어냈을테고, 2020년대에 들어서 수 십 미터에 달하는 ‘온전한 형태’의 레일이 발견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2. 전차 궤도가 재발견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경복궁 복원 공사 덕분이다.
금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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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은 도쿄에서 살고 있습니다. instagram @journey.to.moder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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