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몰라 즐거운 삶... '듄'에서 길어 올린 인생론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11
시간여행, 혹은 시간에 대한 개념을 다루는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엇이든 바꿔낼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SF와 현대 물리학 사이 이뤄진 수많은 관계맺음 사이에서 두 가지 개념은 각각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을 빚어내기도 하였다.
 
후자 중 꽤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이란 소설이 있다. 유명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으로, 2007년 발표돼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받은 명작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한 상인이 칼리프를 알현해 자신이 만난 연금술사와 그가 개발한 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을 지나면 20년 전의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출구격인 특정한 문으로만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시차로 이동하게 되는 이 설정이 곧 소설의 극적 장애가 된다.
 
▲ 듄: 파트2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미래를 알면 바꿔낼 수 있을까

소설에서 주인공은 연금술사의 문을 통해 과거로 간다. 20년 쯤 전, 정확하게는 20년에서 한 달 쯤 모자란 과거에 그는 아내를 잃었다. 행상인 그는 아내와 가볍게 다툰 뒤 집을 나섰는데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고 보니 아내가 죽어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그는 과거로 돌아가 아내를 구하기 위하여 연금술사의 문을 건너 20년 전 바그다드로 간다.

그러나 아내는 바그다드에 있지 않다. 출구인 바그다드에서 한참이나 여행해야 하는 카이로에 그녀가 있다. 상인은 아내가 죽기 전 카이로로 가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지만 일은 자꾸만 꼬여만 간다. 마침내 겨우 카이로에 도착한 상인,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아내를 죽인 사고는 일어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엇도 바꿔내지 못한다는 사실, 테드 창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킵 손 교수의 자문을 통해 이 소설의 구조를 얻었다고 말한다.

과거로 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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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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